190521 – 양념게장은 밥을 훔치고 달아나

  • 별 다를 것 없는 월요일. 뜬금 없지만 친구의 부름으로 생전 먹어보지도 않았던 게장을 먹으러 갔다. 게장 처음 먹어봤다. 진짜로.
    이것은 well… 같은 느낌. 맛은 있으나, 식감과 비주얼, 그 해물 특유의 느낌(나는 해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이 불호를 낳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결론은 오래 전 김수미 선생님께서 밥도둑이라며 극찬하던 그런 정도는 아니라는 말.
  • 게장을 먹어보기 위해 꽤나 먼 길을 전철로 이동했다. 환승을 두 번 하는데, 하필이면 퇴근 시간인 관계로 가뜩이나 안 좋은 정신을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과호흡의 빈도가 늘었으며, 오늘은 두 번이었다. 퇴근 시간의 2호선에서 한 번, 집에 걸어 오면서 또 한 번. 걸어올 때에는 주변에 사람도 없었는데,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불안이 어떻게 작용해서 어떤 프로세스로 호흡 활동을 폭주시키는 것인가?
  • 한 가지 의심되는 것은 소화가 되지 않았을 때, 속이 쓰릴 때에 호흡이 불안정해졌던 것 같다. 속이 쓰린 것도 심리적인 요인일 수 있다. 당분간은 적게 먹는게 좋을 것 같다.
  • 나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또한 전문가도 아니다. 들어오는 입력을 가공하여 출력하는 일에는 아트가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누구나 배운다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전문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저 운이 좋았기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구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 그렇다고 내가 아트를 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그건 고민이 많이 된다. 옛날에는 뭣도 모르고 여기저기에 똥을 뿌리고 다녔지만, 이제는 그것 마저도 자신이 없다. 음악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시간도 없을 뿐더러. 자신이 없다고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인가? 는 생각해 볼 일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눈 앞에 샤이아 라보프가 있다 하더라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 나는 나를 분석할 수 없다. 누군가가 나를 분석해 주었으면 했지만, 정신과는 바쁜 병원이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정신병자가 너무나 많아서, 그들에게 일일히 정신분석을 시도하다간 회전율 떨어져서 병원 문 닫을 것이다. 처음 갔을 때는 간단한 문진을, 두 번째 갔을 때는 처음에 받았던 설문지를 작성해서 냈고, 세 번째에는 설문을 통한 분석 결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것은 내 답변에 근거한 결과가 아닌가. 뭔가 불확실하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나를 분석하지 못한다. 좀 더 정밀하고 확실한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메소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