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25 – 떠돌이지만 떠돌지 못하고 있어

  • 일상이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나만 병들어서 고립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뒤쳐지고 있다간 정말로 일상의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 업무를 못해서 짤리거나, 작업을 못해서 장래가 실패하거나 하는 암울한 미래들.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멈춰 있어도 되는 것일까. 남들은 약간 쉬어도,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할 일은 해야지. 정말로 힘이 들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은 두렵다.
  • 이제 VR게임이며 BMS며 그렇게까지 재밌지가 않다. 뭔가 푹 빠져서 할 게임은 이제 없고, 접으려면 언제든 접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같은 오타쿠 컬쳐에 거의 흥미를 잃었으며, 이제는 책상 한 켠에 대충 진열해 둔 피규어도 하나 정도만 남기고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옛날에는 창작 활동에 빠져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 흥미도 없고 그럴 자신감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울감을 발산시킬 수 있는 취미를 찾아야 한다는데, 그런 게 없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발산의 수단일지도? 하지만 이것도 그렇게 푹 빠져있지는 않고.
  • 원래부터 나는 떠돌이 오타쿠였다. 트위터 시절에 봤던 다른 사람들을 보면 어떤 이들은 어떤 작품과 일대일 연결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그 작품에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잡다한 것을 판다고 해도 나보다 깊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오타쿠 인생을 살아오며 지금까지도 “무엇을 파고 있다”라고 하지 못했고, 내가 오타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는 것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나는 그것을 알고 있어도 내가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했던 적도 많았다. 나는 떠돌이였다. 그래서 내가 지금 취미를 찾기 어려워 하는 것 같다.
  • 모든 스탯을 찍다가 망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알면 편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안해도 되는 것들까지도 배워 놓았더니 남는 것은 없더라.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고 좋아하지만 내게 남는 것은 없다. 평판이 좋아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게 내 능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은 못하겠다. 잡다한 스킬들을 1레벨씩 찍는다는 것은 대부분의 RPG 게임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
  • 10년 이상을 병들어 간 내가 이정도의 약으로 쉽게 나아질 리 없지. 지금도 간헐적으로 도지는 호흡곤란과 우울감. 언제까지 나를 괴롭힐 것인가. 언제까지고 내 일상에 끼어들어 의욕에 제동을 걸고만 있을 것인가. 잃어버린 자존감과 의욕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잃어버린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 매일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하던 얘기를 중복해서 하고 있는 것 같다. 빈도를 줄이거나 좀 더 병들거나 하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