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10 – 내시경

이 글은 일상과는 별 관계 없지만, 문득 생각이 들어서 쓰는 글이다. 일기와는 다르게, 수필 같은 것이므로 불릿으로 이야기들을 구분하지 않겠다. 왜냐면 이 글은 하나의 이야기를 줄줄이 이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난했던 대학생 시절,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건강검진을 싸게 해준다는 부스를 보고 건강검진을 신청한 적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한 채로 말이다. 그것은 바로 위내시경인데, 위내시경을 마취 없이 하는 조건으로 싼 가격에 해주는 것이고, 수면마취 비용은 총 검진 비용보다 더 비쌌을 것이다. 이미 나는 가난한 대학생이라고 아까 언급했으니, 당연히 수면 마취를 비싼 돈 주고 했을 리가 없다.

대충 검진이 끝나고, 마지막 스텝인 위내시경이 남았다. 나는 어떤 구석진 곳에 누워 뭔가를 입에 물었다. 아마도 내시경 케이블을 이로 물지 않게 하기 위함과 동시에, 케이블이 식도를 통해 더욱 더 잘 들어가게끔 하는 장치였으리라. 그것을 물고, 의사가 뭐라고 그러면서 케이블을 집어 넣었다. 기침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당연히도, 이물질이 식도로 역행하면 기침과 헛구역질이 나오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라. 당장 양치를 한다고 쳐도, 혀를 닦을 때 칫솔을 너무 깊숙이 집어 넣으면 헛구역질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이 괴물같은 것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서서 식도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헛구역질과 기침이 나오지 않고 배기겠는가. 그런데, 기침을 하면 내가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내가 기침을 잘못 했다가는 필시 죽을 것이다. 식도나 위에 구멍이 나서 어떻게든 고통스럽게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 상태로 정신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내시경 카메라는 위 안쪽으로 들어간 것 같다. 위 입구가 좁았는지, 안쪽으로 들어가는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내시경이 들어가면서 마취제를 뿌리던 것 같았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미 들어간 곳에 마취제를 뿌려봐야 이미 감각을 느끼고 난 뒤가 아닌가?

내시경이 어떻게든 끝나고, 나는 처음으로 위의 입구와 출구가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 촉각과 통각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검진이 끝난 뒤엔 병원에서 나오는 호박죽을 먹었다. 나는 찹쌀죽을 좋아한다. 하지만 공복이었던 위가 잔뜩 쑤셔진 상태에서 죽의 종류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잽싸게 먹어 치우고 난 뒤에 나는 그 병원을 빠져 나왔다. 위내시경으로 나온 이상은 없었다. 단지 위가 조금 빨갛다는 것 뿐.

그리고 졸업과 함께 어떻게 하여 회사에 들어갔고, 회사에서도 무료 건강검진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으나, 위내시경을 생으로 했던 기억때문에 현재는 내시경을 피하고 있다. 수면 내시경을 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수면 상태에서 또 어떤 개헛소리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까지는 내 건강상태를 맹신하고 있기 때문에 내시경을 안하고 있기는 하다. 혹자는 수면내시경이 그냥 술에 잔뜩 취한 상태와 비슷하다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그냥 개헛소리 대신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부터 시작하여 온갖 과학/철학적인 개헛소리를 늘어놓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도 약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수면내시경을 한 번 받아보긴 해야 하는데, 그 기회는 내년으로 미뤄야 하겠다.

지금이 2019년이며 5G 시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면 무선 내시경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이미 그런 기술은 나왔지만 너무 비싸서 못한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