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11 – 반쯤 실시간인 어둠

  • 왜 제목이 이러냐면, 글을 밤에 몰아서 쓰니까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기가 한정적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 밖의 어둠은 어두운 생각들을 몰고 온다. 밝을 때에도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하는 것으로. 그래서 하나의 글을 갖고 반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할 것이다.
  • 출근길에 본 푸르고 분홍색이며 흰 구름이 잔뜩 떠있는 풍경이 좋았다. 폭염이 찾아오면 이런 기분은 사라질 것 같아서.
  •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 아니면 별 관심이 없거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난 내 일만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걸린다. 그냥 우울해진다.
  • 다른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내가 우울해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내가 뭐 때문에 힘든지 나도 설명 못한다. 선천적으로 내가 말을 잘 못하는 것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정말 힘든 상황인가? 별 이유 없이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그러니까 날 싫어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약국에 가서 피로회복제를 먹기로 했다. 그리고 가끔 코가 막히는 증상 해결을 위해 스프레이도 하나 사둘까 했다. 효과 괜찮다. 다만 이것을 자주 뿌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한다.
  • 약봉지는 늘어나고 있는데, 기분은 여전히 좋아지질 않는다. 멀쩡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 이번 달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5월은 올해 최악의 달이었고, 이를 갱신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 아무리 생각해도 나라는 인간은 친화력이 없다. 또는 매력이 없거나. 사람들은 전혀 나를 친하게 여기려 하지 않는것 같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친해져서 얻을 것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매력도 0인데 그렇다고 경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야. 고독하게 사는 법을 연습해야 할까? 언젠가 친구 비슷한 것마저도 하나도 없게 될 때를 대비하여 혼자서 재미있게 사는 법을 연구해야 할까?
  • 예상보다 빠른 퇴근을 했다. 퇴근길에 본 풍경은 밝았다. 구름이 잔뜩 낀 풍경에 햇빛이 실처럼 새어 나오고 있었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고, 저 멀리에 있는 건물도 보일 정도로 공기까지 맑았다. 밝은 세상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밝지만, 세상이 밝으면 뭐하나?
  • 나는 어두웠다. 나는 밝은 세상과 완전히 대조적인 어둠이었다. 또 숨이 막힌 나머지 급하게 퇴근을 하고 말았고, 업무는 여전히 쌓여 있으며, 그 밖에도 내가 할 일을 잔뜩 미뤄둔 것들이 생각나서 항상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즐거움이 없다. 약간의 여유를 가지려고 블랙 소르베를 사서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게임을 하는데도 즐거움은 없었다.
  • 양치를 하는데 혀에 검은색이 잔뜩 묻어 있다. 블랙소르베를 먹은 탓이었다. 나는 차라리 블랙소르베로 태어나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같은 어둠이지만 적어도 그 내면에는 상큼함이 있으니까? 반면, 나를 먹는다면 예상대로의 오징어 먹물 또는 다른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어둠과도 같은 맛이 날 것이다. 이런 아이스크림을 팔다가는 장사를 접어야 할 것이다.
  • 결국에는 또 밝지 못한 생각만을 써놓고 있다. 현재 시각은 00시 13분. 오늘도 출근을 해야 할 것이고, 내일도 출근을 할 것이고. 반복되는 일상과 반복되는 어둠. 사회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는 파편과도 같은 나는, 언젠가 야생에서 잔혹하게 뜯어 먹히게 되고 말리라. 위험하다. 그러면 안 된다.
  • 이 글을 쓰고 누워있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찾아왔었다. 공황장애가 또 찾아온 건가? 패닉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깨어 있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미없는 핸드폰 게임을 켜서 하다가 잠들었다.